2008년 5월 1일 목요일

광우병 우려는 편협한 민족주의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최병일
2008년 5월 1일 중앙일보

그는 여기서 거짓말로 독자를 속이고 있거나,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상전문가라며 자기 밥벌이하는 그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것은
그의 직업적 성실성을 의심해봐야할 대목이다.
거짓말과 다르지 않은 해악이다.



[중앙시평] 열린 세계와 닫힌 사고
[중앙일보 2008-05-01 00:47]

[중앙일보 최병일] 누가 4월을 두고 바람 속에 변화가 모색되는 달이라고 했던가. 삼성 특검이 종결되고 이건희 회장은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을 폐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 정부는 그동안 끌어오던 한·미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협의를 완료하고, 30개월 미만의 뼈를 제거한 쇠고기만을 수입한다는 기존 조건을 완화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모두 4월에 생긴 일이다.

이 두 가지 결정에 대한 여론은 각각 엇갈린다. 삼성의 경우, 특검이 더 철저하게 파헤쳐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삼성의 불법승계와 로비사건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난과, 특검 결과를 수용하고 재판 절차를 기다려 보면서 삼성의 쇄신에 대해 결단을 내렸다는 긍정론이 교차한다. 미국 쇠고기의 경우,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국민들을 광우병의 위험에 대책 없이 노출시킨 퍼주기 협상이라는 비난과, 국제기준을 수용해 내린 결정이며 오히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소극적인 미국을 압박했다는 긍정론이 대립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한국 사회의 지적 합리성과 성숙도를 가름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삼성의 결정과 쇠고기 합의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글로벌리스트(globalist)다. 이들은 투자위험을 감수한 총수의 과감한 결단과 삼성의 조직문화가 오늘의 글로벌 삼성을 키웠다고 믿는다. 물론 삼성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기업이 아니라는 것을 이들은 알지만, 순환출자를 고리로 연계된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비난 등에 대해서도 실보다는 득이 더 많다는 실용적인 사고를 견지한다.

수입 쇠고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가 30개월이 넘는 미국 쇠고기까지 수입하기로 합의해서 미국 도축장들이 위생상태 관리를 등한시해 한국 소비자들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에 대해 글로벌리스트는 만약 광우병이 재발한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는 미국 축산업계로서는 더 세심하게 그들의 브랜드를 관리할 이유를 가지게 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미국 쇠고기의 수입이 금지된 지난 수년간 한우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쇠고기 외식은 그림의 떡인 상태가 지속되어 국민의 건강권이 오히려 위협받고 있다고 이들은 역공 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반 면, 삼성의 결정과 쇠고기 합의에 대해 모두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로컬리스트(localist)다. 이들은 그간 한국 경제 고도압축성장 비결의 하나였던 선단식(船團式) 그룹경영의 장점은 보기를 애써 외면한다. 단기 자본수익에만 집착해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건강한 경제운영보다는 언젠가는 터져 경제를 혼란으로 몰아넣을 ‘버블’을 조장하는 영·미식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목격하면서도, 주식 보유 수만큼 경영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셈법의 주식회사 경영을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순에 빠져 있다.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압도적이라면 왜 삼성 주식은 폭락하지 않으며, 왜 세계 소비자들은 삼성 제품에 열광하며, 왜 국내외 투자자들은 삼성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지 설명해야 할 부담은 고스란히 이들의 몫이다.

국 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미국에 있는 200만 한국 교포와 유학생들이 먹는 미국 쇠고기를 한국에 있는 한국인은 먹을 수 없다는 모순에 빠진다. 가축의 국제교역에 대한 과학적 기준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을 광우병 통제국가로 결정하고 캐나다·멕시코 등 많은 국가가 이 결정을 수용해 미국산 쇠고기를 제한 없이 수입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국제기구는 미국 축산업계의 로비에 놀아나고 캐나다와 멕시코 공무원들은 그들 국민의 건강권을 포기했다고 주장할 것인가.

삼성에는 긍정적이나 수입 쇠고기에는 부정적인 사람들도 존재한다. 편협한 민족주의자다. 이들은 지난 휴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때 한국민들을 무차별 공격한 중국인들과 생각의 궤를 같이한다. 우리 것에 열광하고, 우리를 위협하는 남의 것은 무조건 배척하는 사람들이다.

로컬리스트나 민족주의자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논리는 세계 무대에서 통용되기 어렵다. 한국은 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최대한 활용한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한국이 더 전진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지적 합리성과 성숙도가 얼마나 더 글로벌화되는가에 달려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일단 삼성에 대한 궤변은 논외로하고,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한 그의 주장을 정리해보자면,
미국 쇠고기에 대한 전면적 개방은 문제될게 없다.
1. 캐나다와 멕시코등 많은 나라가 국제수역사무국 OIE의 조처를 존중해 미국쇠고기를 제한없이 수입한다.
2. 미국의 200만 한인 교포와 유학생은 미국쇠고기를 먹고 있다.
3. 미국 쇠고기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미국축산업계가 자신의 브랜드를 더 세심하게 지킬 기회가 된다.

사실일까?
우선 멕시코는 미국쇠고기 수입에 대해 연령제한을 두고 있다. 최병일의 말과는 달리,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한다. 캐나다는 미국의 소를 제한없이 수입한다. 그러나 캐나다의 실정은 좀 남다르다. 2003년 이래 3차례나 광우병이 발병한 국가다. 우리와 동등하게 놓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대표적인 광우병 발생국가인 캐나다의 소들도 곧 우리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그들도 미국과 같이 OIE로부터 광우병통제국가 지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OIE를 핑계로 미국쇠고기를 제한없이 들여오게된 우리나라는 캐나다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어졌다.
OIE는 소를 사료로 먹은 돼지와 닭을 다시 소로 먹이는 것은 광우병 교차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광우병통제국에 지위를 주었다. 과학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거래의 의심을 거두기 힘들다.

미국에는 200만 교포와 유학생이 거주한다. 물론 이들은 미국 쇠고기를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이 광우병의 위험에서 그들이 안전하다는 사실은 아니다.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도축장에서 걷지 못하는 소들(downer)을 도축해 유통한 사실이 드러나 6만4천톤의 쇠고기가 주정부의 명령에 의해 리콜되었다. 사상최대의 리콜조치였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가 학교식당에서 소비되었고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사용된 후였다. 걷지 못하는 소는 광우병이 의심되기 때문에 2003년부터 도축이 금지되어 왔지만, 해당업체는 이를 무시한채 모두 도축해왔다. 이 업체는 미국 최대의 학교급식 공급업체이기도 했다. 이것은 한 업체의 사례에 불과하다. 미국에는 600여개의 도축장이 있다. 나머지 600여개의 업체들은 규정을 준수할까? 과연 미국 소비자들은 안전한가? 최병일은 그렇게 믿는 것 같다.

자, 이제 하나 남았다. 최병일은 광우병이 발생하면 미국업체들이 더 세심하게 신경쓰게 될거라고 했다. 인간광우병의 위험성을 방치하다가 기어코 누군가 죽고 나서야 사후에 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말이다. 이건 우선순위의 문제다. 국민을 위해서인가, 미국업체의 이익을 위해서인가.
또 인간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미국업체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까? 광우병의심소를 도축해온 그들의 전력으로 판단컨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필요없는 일이다. 애써 시스템을 바꿀 필요없이 미국 정부의 통상압력만으로도 수출되고 판매된다. 우리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검역중단을 할 수 없다는 계약에 도장찍고 왔다. 먹고 죽을 위험이 있어도 팔 수 있는데 브랜드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벌건 살코기에 브랜드는 표시되지 않는다. 육류유통은 전적으로 공급자의 게임이다. 소비자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쇠고기는 식탁에만 올라오는게 아니다. 각종 부산물이 공장에서 가공되어 약으로, 화장품으로, 캡슐의 원료 등으로 사용된다. 사실상 여기에도 소비자의 선택권은 없다.

중앙일보는 이 최병일의 글을 27면 opnion 섹션 최상단에 실었다.
2면에는 이명박의 태릉선수촌의 방문기사를 실었다. 이명박이 웃고 있는 사진이 지면 절반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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