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허윤
[시론] 삼겹살, 쇠고기, 그리고 광우병
▲ 허 윤·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통상
올해로 대학에 몸담은 지 13년이 되었지만, 생각해 보니 그동안 학생들과의 단체 회식에서 쇠고기를 시켜 먹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단골 메뉴는 항상 삼겹살.
그 나마 국산 삼겹살도 값이 많이 올라서 몇 년 전부터는 수입산 냉동 삼겹살로 갈아탔다. 입학서부터 졸업 때까지, 쇠고기는 입 밖에도 꺼낼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삼겹살은 내 운명'이려니 묵묵히 그리고 맛있게 모임마다 먹어준 학생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개정하고 다시 수입을 재개한다고 하니 학생들과 쇠고기 회식을 할, '역사적인 그날'을 기대해 본다.
그동안 국내 쇠고기 수입시장은 2003년까지 미국산이 주도하다가 미국의 광우병 파동 이후 지금은 호주산이 장악하고 있다. 수입시장이 독점에 가깝다 보니 경쟁다운 경쟁이 없었던 셈이다.
물론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우리 축산 농가의 피해도 예상된다. 하지만 그 같은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우 가격은 수입 물량보다 국내 출하(도축) 물량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소를 기준으로 할 때 쇠고기 가격은 국내산 출하물량이 1% 증가할 때 0.63% 하락하지만, 수입량이 1% 증가할 때는 0.1% 하락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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